
디자인은 AI가 하고, 저는 트집만 잡았습니다 — 윈도우 위젯 앱 제작기
아이폰이나 맥 쓰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홈 화면에 반투명한 위젯들 — 달력, 날씨, 배터리 — 이 예쁘게 붙어 있는 그 느낌이요.
그런데 윈도우 바탕화면은 어떤가요. 아이콘이 줄줄이 깔려 있고, 그게 끝입니다. 저는 배경화면을 아무리 예쁜 걸로 바꿔도 그 위에 아이콘이 흩어져 있으면 뭔가 어수선하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봤습니다. 윈도우 바탕화면에 붙는 위젯 앱이요. 달력, 시계, 날씨, 메모 같은 기본부터 시작해서 — 만들다 보니 욕심이 붙어서 아이폰 배터리 표시에 AI 비서까지 들어갔어요. 이름은 올라슈 위젯이라고 지었습니다. (이 블로그 이름이랑 같아요. 짓기 귀찮았습니다.)
미리 고백하자면, 이 앱에서 제일 많이 칭찬받을 부분인 디자인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AI가 했어요. 코딩도 AI랑 같이 했으니, 사실상 제가 한 건 “뭘 만들지 정하고, 마음에 안 들면 트집 잡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그 얘기가 이 글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일 것 같아서, 아래에서 자세히 풀어볼게요.
한 줄로 말하면
윈도우 바탕화면 위에 떠 있는, 아이폰 감성 위젯 세트입니다.
- 반투명 글래스 카드 디자인의 위젯 12종 (시계·달력·날씨·시스템·배터리·타이머·메모·사진·경제·뉴스·음악·AI 비서)
- 크기는 1×1 / 2×1 / 2×3 세 가지, 위젯마다 디자인 변형도 여러 개
- 강조색·다크/라이트·글씨체·투명도를 바꾸면 떠 있는 위젯 전체에 동시에 적용
- 설치 파일 하나(약 3MB)로 설치되고, 컴퓨터를 켜면 알아서 뜹니다
위젯을 꺼내는 방식도 아이폰을 따라 했어요. 작은 관제 카드의 편집 스위치를 켜면 위젯 갤러리가 열리고, 원하는 위젯을 드래그해서 바탕화면에 끌어다 놓으면 됩니다. 놓으면 보이지 않는 격자에 착 붙어서 정렬돼요.
같은 달력 위젯의 다크(위) / 라이트(아래) 테마. 설정에서 바꾸면 모든 위젯이 한 번에 바뀝니다.
왜 굳이 만들었나
솔직히 말하면 발단은 단순했습니다. Wallpaper Engine으로 배경화면은 예쁘게 해놨는데, 그 위가 허전했어요.
이런 앱이 없는 건 아닙니다. Rainmeter 라는 유명한 무료 도구가 있고, 저도 처음엔 그걸로 시작했어요. 근데 쓰다 보니 제가 원하는 걸 하려면 한계가 있더라고요 (이 얘기는 아래 삽질 파트에서요).
그리고 하나 더 — 어차피 만들 거면 “남한테 설치 파일 하나로 보내줄 수 있는 것” 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거 쓰려면 먼저 저 프로그램 깔고, 폴더에 이거 넣고…” 하는 건 저부터가 안 쓰게 되더라고요.
디자인은 AI가 했습니다 (이 글의 핵심)
저는 디자인 감각이 없습니다. 진짜로요. 1차 버전을 만들었을 때 기능은 다 돌아갔는데, 화면을 볼 때마다 어딘가 촌스러웠어요. 색을 바꿔봐도, 여백을 조절해봐도 “예쁘다”까지는 도저히 안 갔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밤 결심했어요. “내일은 디자인을 레전드로 고친다. 근데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클로드(제가 쓰는 AI)한테 디자인 자체를 맡긴다.”
그림이 아니라 “진짜 웹페이지”로 시안을 받았어요
보통 AI한테 디자인을 시킨다고 하면 이미지 생성을 떠올리실 텐데, 그건 두 가지가 안 됩니다. 첫째, 그림 속 글자와 숫자가 뭉개져요. 둘째, 그림은 그림일 뿐이라 “이걸 실제 앱으로 어떻게 옮기지?“가 통째로 숙제로 남습니다.
대신 클로드한테 HTML(웹페이지)로 시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래처럼 위젯 시안이 전부 들어 있는, 실제로 열리는 웹페이지를 만들어줬습니다. 시계는 진짜로 째깍거리고, 날씨 위젯엔 비 내리는 애니메이션까지 들어있는 채로요.
클로드가 만들어준 시안 페이지 원본.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열리는 웹페이지입니다.
이 방식의 좋은 점은 —
- 시안이 곧 완성품이에요. 웹페이지로 만든 시안은 색상 코드, 글자 크기, 여백이 전부 픽셀 단위로 정해져 있어서, 마음에 들면 그 수치를 그대로 앱에 옮기면 됩니다. “느낌만 비슷한 그림”과는 전혀 달라요.
- 트집 잡기가 쉬워요. 저는 디자인을 만들 줄은 몰라도 보는 눈은 있으니까(다들 그렇잖아요), “시계 숫자가 너무 얇다”, “라이트 모드가 물 빠져 보인다” 같은 코멘트만 하면 됐습니다. 그러면 몇 분 뒤에 고쳐진 시안이 나와요.
- 일관성이 공짜로 따라옵니다. 클로드가 색·투명도·모서리 곡률 같은 걸 변수로 정리해줘서, 위젯 12종이 전부 같은 규칙을 공유해요. 덕분에 설정에서 강조색 하나만 바꿔도 모든 위젯이 같이 바뀌는 기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고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시계 하나에도 아날로그, 세계 시계, 활동 링, 밤하늘 해시계, 스탠바이(침대 옆 시계 느낌) 같은 시안이 줄줄이 나왔어요. 저는 그중에 골라서 “이거랑 이거는 넣자, 이건 빼자”만 했습니다. 무슨 기획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실제 앱에 들어간 시계 변형들 — 아날로그, 세계 시계, 활동 링, 밤하늘, 스탠바이.
그렇게 확정된 시안을 실제 앱으로 옮겼습니다(이것도 클로드랑 같이요). 아래가 실제 앱의 달력 위젯인데, 위 시안 페이지랑 비교해보면 거의 그대로인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실제 앱의 달력 위젯 — D-Day와 월간 달력.
혹시 저처럼 “만들고 싶은 건 있는데 디자인이 발목을 잡는” 분이 있다면, 이 방식은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포인트는 하나예요. 이미지로 받지 말고, HTML로 받아보세요.
뭐가 되나 — 위젯 구경
하나씩 다 소개하면 너무 길어지니, 제가 실제로 매일 쓰는 것 위주로만요.
달력 위젯 — 아이폰이랑 일정이 같이 갑니다
이게 사실 이 앱의 시작이었어요. 그냥 달력이 아니라 iCloud 캘린더랑 연동돼서, 아이폰에서 등록한 일정이 바탕화면 달력에 뜨고, 반대로 PC에서 넣은 일정이 아이폰에도 들어갑니다. 애플 계정의 “앱 암호”라는 걸 발급받아서 넣어주면 돼요.
실제 제 바탕화면 왼쪽. 달력·날씨 위젯과 관제 카드.
배터리 위젯 — 마우스·이어폰 배터리가 다 보입니다
원래는 노트북 배터리 위젯이었는데, 제 컴퓨터는 데스크톱이라 쓸모가 없었어요. 그래서 블루투스로 연결된 기기들의 배터리를 보여주게 바꿨습니다. 마우스, 이어폰, 컨트롤러 같은 것들이요. 이것들은 평소에 잔량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바탕화면에 항상 떠 있으니 생각보다 유용하더라고요. (노트북이면 노트북 배터리가 메인으로 뜹니다.)
배터리 위젯. 연결된 블루투스 기기들 잔량을 보여줍니다.
AI 비서 위젯 — 제일 과했던 욕심
바탕화면에 채팅창 하나가 떠 있고, 거기다 말을 겁니다. “내일 일정 뭐야?”, “다음 곡 틀어줘”, “장보기에 계란 추가해놔” 같은 걸요. 날씨·뉴스·웹검색도 되고, 일정을 등록하면 아이폰까지 들어가요.
(이건 Anthropic이라는 회사의 AI API를 쓰는 거라 API 키가 필요하고, 쓴 만큼 소액 과금됩니다. 없으면 이 위젯만 빼고 쓰면 돼요.)
실제 제 바탕화면 오른쪽 아래. AI 비서, 배터리, 음악, 스탠바이 시계.
그 외
날씨(주간 예보·미세먼지), 경제(코스피·환율·유가), 뉴스 헤드라인, 메모 체크리스트, 사진 슬라이드쇼, 시스템 모니터가 있고, 음악 위젯은 지금 PC에서 재생 중인 곡을 앨범아트와 함께 보여주면서 재생/다음 곡 버튼도 돼요.
경제 위젯. 등락 색은 한국식(상승 빨강)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자잘하지만 제일 만족스러운 기능 하나 — 관제 스위치에서 바탕화면 아이콘을 통째로 숨길 수 있습니다. 이걸 꺼두면 재부팅해도 아이콘 없이, 위젯만 있는 깔끔한 바탕화면으로 시작해요.
삽질 일지 — 다 만들고 갈아엎은 이야기
1차: Rainmeter로 만들었습니다. 진짜로 다 만들었어요.
처음엔 Rainmeter로 위젯 8종을 전부 만들었습니다. 달력에 iCloud 연동까지 붙였고요. 근데 만들면서 계속 잔펀치를 맞았어요.
- 한글이 자꾸 깨졌습니다. 파일 인코딩을 종류별로 맞춰줘야 했어요.
- 설정 화면에 슬라이더 하나를 넣고 싶었는데, 지원이 안 됐습니다.
- 배경 블러(유리 효과)가 진짜 블러가 아니라서, 밝은 배경에선 카드가 탁해 보였어요.
- 결정타는 배포였습니다. 남한테 주려면 “먼저 Rainmeter를 설치하시고…“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2차: 결국 갈아엎고 Tauri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고민하다가 Tauri 라는 도구로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화면은 웹페이지 만들듯이 만들고(HTML/CSS), 시스템 기능은 Rust라는 언어가 맡는 구조인데 — 저한테 중요했던 건 이거였습니다.
- 화면이 곧 웹페이지니까, 클로드가 만들어준 HTML 시안을 거의 그대로 붙일 수 있었어요. (위에서 말한 방식이 여기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시안 페이지의 수치를 그대로 옮기면 그게 곧 앱 화면이에요.)
- 한글이 그냥 됐고 (이게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 결과물이 설치 파일 하나(약 3MB)로 나왔어요.
“다 만든 걸 버리고 다시 만든다”는 결정이 쉽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1차에서 만든 기능 목록이 그대로 설계도가 돼서, 2차는 생각보다 빨랐어요.
코딩 자체도 Claude Code 라는 AI 코딩 도구랑 같이 했습니다. 비전공자인 제가 Rust까지 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것 덕분인데, 이 도구 얘기는 따로 써둔 글이 있으니 궁금하시면 그쪽을 봐주세요.
벽에 부딪힌 것들 — 안 된 것도 솔직하게
다 된 것처럼 썼지만, 시도했다가 실패한 게 두 개 있습니다.
아이폰 미리알림 연동 — 애플이 막아놨습니다
체크리스트 위젯을 아이폰 미리알림이랑 동기화하고 싶었어요. 캘린더가 됐으니 당연히 될 줄 알았죠. 근데 몇 시간을 붙잡고 확인해보니 — 애플이 2019년쯤 미리알림을 개편하면서, 업그레이드된 계정의 미리알림은 외부에서 접근하는 길 자체를 닫아놨더라고요. 서버에 껍데기 목록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진짜 미리알림은 안 보입니다. 코드 문제가 아니라 정책 문제라 여기서 깔끔하게 포기했어요. 체크리스트는 PC 전용으로 씁니다.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만들긴 했는데 문턱이 높았습니다
“AI 비서가 나한테 카톡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능까지 다 만들었는데, 이걸 쓰려면 카카오 개발자 사이트에 앱을 등록해야 하더라고요. 저 혼자 쓰자고 사업자스러운 등록 과정을 거치는 게 배보다 배꼽이라, 여기서 접었습니다.
이런 “안 되는 건 빨리 접고 우회한” 경험이, 되게 한 것들만큼 남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한계
- 윈도우 전용입니다. 맥은 애초에 위젯이 있으니까요.
- iCloud 캘린더 연동은 설정할 게 좀 있습니다 (애플 계정에서 앱 암호 발급). 한 번 해두면 손댈 일은 없어요.
- AI 비서는 API 키가 필요하고 쓴 만큼 과금됩니다 (저는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 안 나오는 수준).
- 혼자 만들고 혼자 테스트한 앱이라, 제 환경(윈도우 11)에서만 검증됐습니다. 다른 환경에선 안 되는 게 있을 수 있어요.
마무리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끝나고 보니 남은 게 앱만이 아니더라고요. 프로그램들이 화면 뒤에서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 애플 같은 회사가 어디까지 열어주고 어디를 닫아놨는지, “다 만든 걸 버리는 결정”을 언제 해야 하는지 — 이런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일 큰 발견은 역시 디자인 쪽이었어요. “나는 디자인을 못 해”가 더 이상 핑계가 안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만들 줄 몰라도 고를 줄만 알면, 시안은 AI가 무한정 만들어주니까요.
지금은 컴퓨터를 켜면 아이콘 없는 바탕화면에 위젯들이 조용히 떠 있고, 아이폰이랑 일정이 오가는 상태예요. 매일 보는 화면이 마음에 든다는 게 생각보다 큰 만족감이더라고요.
혹시 비슷한 걸 만들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 저 같은 비전공자도 됐으니까, 아마 되실 겁니다.